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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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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보 기 |
 작 성 자 |
풀꽃향기 |
| 제 목 |
난이 맺어준 인연. |
| 등록일 |
2005-04-16 |
조 회 |
2385 |
| 내 용 |
수필 (처녀작)
박은희
핸드폰을 받으니 난향(蘭香) 같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풀꽃 향기님! 지금 전주세계난전시장에 가는 중인데 그곳에서 만나요!"
갑작스럽게 애란가인 그녀의 전화를 받자 나는 아픈 것도 잊고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창 가엔 벌써 봄을 알리는 노란 개나리와 산수유가 배시시 웃음을 머금고 있고,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몇 해 전, 낭군이 빚 보증을 잘못 서준 탓에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든 시기에 몸에 배지 않은 6천 평의 농사에 매달리는 시기다. 어느 날, 하루종일 땡볕을 쬐며 밭에서 호미질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니 뜻밖에 택배로 온 옥금강과 아마미가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활짝 웃는 얼굴로 삶에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 게 아닌가. 그때 눈물로 얼룩진 삶의 넋두리를 낙서하듯 인터넷에 올리게 되었고, 그곳을 드나들던 애란인(愛蘭人)과 그렇게 난이 맺어준 인연은 시작됐던 것이다.
전시장에 도착하여 반가운 인연들을 만났다. 수 천여 종의 난 향기에 취해 잠시 정신이 몽롱해지는 듯했다. 봄처녀들은 색색이 예쁜 꼬까옷을 입고 너울너울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맑고 청아한 아름다운 자태의 황화 소심, 오렌지 빛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주금 소심, 홍매화를 닮은 홍화와 자줏빛 옷고름을 맨 자화, 색동옷을 곱게 차려입은 복륜 복색화, 동자승 모습으로 다가온 원판화, 고깔 쓰고 나타난 투구화, 해바라기를 닮은 육가선과 기화, 그리고 우리 집 거실에서 본 듯한 중투, 그중 뭇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작고 가녀린 한국여인의 아름다운 얼굴모습으로 사뿐사뿐 내게 다가오던 단 하나밖에 없다는 황화 색설화, 은은한 난향을 풍기던 풍란의 석부작 과 목부작, 은근과 끈기로 강인함을 보여주는 야생화 천상초 와 바람꽃, 등…….
산행을 같이했던 난우(蘭友)들의 손에 이끌려 푸짐한 저녁까지 대접받고 내 손엔 어느새 금루각과 소심 한 분, 그리고 새우란이 쥐어져 있었다.
"하루빨리 완쾌되어 같이 산행을 해야지요." 하는 따스한 위로의 말과 함께 배웅을 받으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낱 풀꽃이지만 애란가의 손에서 사랑과 정성으로 다듬어져 귀한 대접을 받으며 거듭나는 게 난이 아니던가. 사람에겐 그 사람만이 지니는 향기가 있듯이 난이 맺어준 인연에게선 은은히 가슴 적시는 난향이 풍겨서 좋고, 하루가 천년 같은 세월이어서 좋다.
ps: 저의 수필 처녀작을 쓸수 있도록
저녁을 함께했던 난사랑 전주팀에게
다시금 감사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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