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 냉면엔 고명이 필요 없다 ...양희은(가수) 



내 동생 양희경이가 사는 집은 우리집에서 걸어가면 1분이 채 안 걸린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 달 가야 두어 번 볼까 말까 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아침형과 올빼미형으로 우리가 갈라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요즈음 매일 만난다.

LG아트센터에서 6월 10일(목)부터 13일(일)까지 우리 둘이 하는

드라마콘서트 ‘언제나 봄날’ 연장공연 연습 때문이다.



어제는 희경이가 “언니! 나 북에 가서 연극공연 할지도 모르는데 갈까?

어떻게 할까?” 하길래, “가! 가서 옥류관 냉면만 먹고 와도

그걸 음미하면서 한 일 년은 살 수 있다더라.”했다.



우리는 실향민 2세이다.

아버지 살아 계실 제 우리집 특식은 물론 다 평양식이었다.

서울 출신인 엄마는 평양식 입맛 살리기를 늘 연구, 모색하셨다.

그런 탓에 가끔 잘하는 평양냉면 한 그릇 뚝딱하면

체증이 쏴악 내려갈 것 같아 잘 한다는 집마다 기웃거리지만,

거의 실망이라 이젠 여기저기 다니지도 않는다.



언젠가 초여름 더위가 시작되던 날,

파는 냉면은 아닌데,

대한민국 최고의 냉면 맛을 볼 기회가 생겼다.



돌아가신 김옥길 이대총장님 댁에서 김동길 교수가 내신 점심.

그 댁엔 냉면을 뽑는 틀도 있었다.

냉면 국수기계를 점검하고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는 김치를

며칠 전부터 담그고…하셨단다.



녹두부침에 이어 냉면이 나오는데 소담한 그릇 안에 담긴 것은

말간 육수에 냉면사리뿐.

‘아니? 얼마나 자신 있으면 이러할까?’

너무 소박하고 아무런 장식이 없어 외려 생소해 보였지만

내게 읽힌 코드는 자신만만, 그 자체였다.

후루룩 한 젓갈 먹어본 그 냉면은 환상 그 자체였다.

이게 바로 냉면이다.

수북히 얹은 고명이 무슨 필요냐

육수에 사리면 그뿐. 다른 게 왜 필요하냐?



노래도 그렇다.

코디 연출 따라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컨셉에 따른 패셔너블한 조화,

무대세트장치, 조명에 연출, 악기편성에 편곡 ? 사실 다 필요 없다.

물론 여러가지가 어우러지는 종합예술무대에서의 만족도 크지만,

제일 강한 건 사람의 목소리다.



나는 MBC라디오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가 제일 좋다.

악기도 없고, 사람의 목소리만 들린다. 무대의상 없다.

땀에 젖은 노동복 그대로 부르는 자연스러운 노래 그게 최고다.

노래 역시 노래 자체로 이미 승부를 내야 한다.





양희은의 언제나 봄날처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