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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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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보 기

작 성 자

bardli

제 목

난초 여인의 슬픈 이야기

등록일

2004-07-22

조 회

1640

내 용

우리나라 사철 푸른 난초 군락지
그 남쪽나라 어느 고장의 한 마을에
금슬좋은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오랜 난 역사 화려함을 한껏돋보이며
한국춘란 희귀성 변이종들이
전시장에 나와 높게 재평가 되면서
야생란 값이 곳곳 지역주민의 생계수단으로 이어져
너도나도 야생란 산채에 나설 때

이 금슬 좋은 부부도
날마다 이산 저산 오르내리며 난초를 캐며 살았습니다
남편은 매일같이 아내를 데리고 다녔고
그래서 아내는 난초밭 여인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야생란 산채 방법을 열심히 가르쳐 주었습니다
봄이면 꽃모양 색화 까보는 방법
여름과 겨울엔 잎보는 방법
가을이면 신아보는 방법

그중에서 남자는 난초꽃 까보는 방법을 좋아했습니다
남자는 예쁜 변이종을 캐올 때 마다 아내에게
꼭 당신을 닮았다며
중투는 가슴에 복륜은 머리결에
소심은 뺨에 색설화는 입술에
애지중지 견주어 보며 칭찬을 하여주곤 하였습니다

그러기를 두삼년
몰려드는 산채꾼들 대열속에서
난밭에 희귀종을 찾아내기는 갈 수록 어려워지고
민춘란 불평이 많아지는 시절이 오면서
남자는 어느날 갑자기 난초부인을 배신하고는
다른 여자와 눈 맞아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귀염둥이 어린 자식마저 나몰라라 떠났습니다

변이종 꽃색깔 까보기 그렇게 좋아하더니
어느새 사람 색깔 구별하는 방법도 배워
남의 여자에게 떠나버렸습니다.

결혼생활 13년
난초부인 꽃을 실컷 까보며 짓이겨 놓고는
매정하게 변이종 여자에게 가버렸습니다

앞산 뒷산 난초꽃 다 까본 남자
아내의 색깔 마저 바꿔버린 그 색정의 남자
민춘란만 남겨 놓고 떠났습니다

황화소심 원판화 삼예품처럼
고고한 자태로 총애받으며
한때를 빛내던 난초여인은
그 아름다움 다 소멸 돼버려
민춘란 신세가 되어 서럽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과 그리움과 원망으로 남은
아름다운 젊은 날 추억을 난초밭에 묻어 놓고
이혼녀로 홀홀단신 멀리 떠나와
주체하지 못할 배신의 상처 여린 가슴 한이 되어
저 하늘 끝 난초 많은 남쪽산을 바라보며
서럽게 서럽게 흐느껴 살아가고 있습니다.

난과생활 2001년 1월호 독자광장(154P) -
안중난우회 이근모님의 글을 올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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